장 순 휘(정치학박사, 한국문화안보연구원 부원장)
지난 6월 20일 북한과 러시아는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조약 제4조에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북한과 러시아 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됐다. 과거 1961년 체결된 ‘북·소동맹조약’에는 “체약 일방이 어떠한 국가 또는 국가연합으로부터 무력침공을 당함으로써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 체약 상대방은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온갖 수단으로써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돼있었던 냉전시기의 자동군사개입조항이 복원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과 러시아가 새로 체결된 조약에는 “유엔헌장과 북·러의 법에 준해”라는 문구가 추가돼, 이 문구에 따라 김정은은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일으켜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에 대한 ‘인민군 파병지원’을 합리화하기 위한 초유의 사태를 저지른 것이다. 멀리보면 김정은 입장에서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두려워한 골육지책(骨肉之策)이기도 하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번 조약에서 인용한 ‘유엔 헌장 제51조’는 유엔 회원국에 무력 공격이 있을 경우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전제된 조건으로 “국제연합회원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를 해석한다면 우크라이나회원국이 러시아회원국으로부터 무력침공을 당한 경우이므로 제3국이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을 가진다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입장이라는 것이 상식이다. 따라서 이번 북한군의 파병사태는 유엔헌장 제51조의 취지와 다르게 아전인수(我田引水)요, 자가당착(自家撞着)의 불법 개입이 되는 것이다.
소위 ‘북조선 사회주의 헌법’ 서문에 명시한 “주체사상”은 김씨 왕조의 국가통치이념의 중심적 사상(이데올로기)으로써 정치적 자주성, 경제적 자주성, 국방의 자위성으로 실행하고 있다. 김일성은 중공과 소련의 갈등에서도 반제국주의 노선과 주체사상으로 등거리 외교로 생존했었다. 그런 주체사상의 관점에서도 김정은의 우·러전쟁에 대한 실병력을 파병으로 개입한 것은 주체사상과 조선노동당 규약과 북한 사회주의 헌법에 모순되는 결정으로 다음과 같이 분석된다.
첫째, 주체사상의 기본원칙을 위배하는 불법 전쟁개입이다. 다른 나라의 내정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타국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자주외교’를 주창해온 주체사상의 기본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러시아와 급조된 조약으로 우크라이나의 자주권을 침행하는 행위는 주체사상의 원칙에서 해서는 안될 북한 내부적 ‘반동행위’로 비판될 수 있다.
둘째, 조선노동당 규약에 “자주, 평화, 친선을 대외정책의 기본이념으로 하여 반제자주역량의
연대성을 강화하고 다른 나라들과의 선린우호관계를 발전시키며 제국주의 침략과 전쟁책동을 반대하고(후략)”으로 명시하여 주장해온 외교노선과도 충돌하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우·러전쟁은 지난 2022년 2월 24일에 푸틴의 러시아가 저지른 불법 행위로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반대한다’는 일관된 북한의 조선노동당 규약을 위반한 침략전쟁의 개입으로 단정할 수 있다.
셋째, 북한 사회주의헌법 제17조를 스스로 부정하고 전쟁범죄국이 되었다. ‘자주, 평화, 친선’이라는 대외정책노선을 전면부정한 꼴이고, “완전한 평등과 자주성, 호상존중과 내정불간섭” 등을 이번 러시아의 침략전쟁에 파병개입이라는 모순에 빠지면서 전쟁범죄국의 오명을 자초했다. 더욱이 “자주성을 옹호하는 세계인민들과 단결하며 온갖 형태의 침략과 내정간섭을 반대”라는 미사여구를 위배한 푸틴과의 부화뇌동(附和雷同)은 김정은의 경솔한 오판과 전쟁경험 부재 및 경제위기에서 온 궁여지책이 아닌가 사료된다. 오히려 침략당하는 우크라이나 인민들을 도와줘야할 전쟁에서 푸틴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북한군을 대거 파병한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제3조’에 의하여 대한민국 국민을 침략전쟁에 희생시키려는 반헌법적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즉 김정은은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어 3대가 최악의 반민족적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6.25전쟁의 휴전협정은 1951년 7월 10일부터 시작해서 온갖 난항을 거쳐 2년여 만인 1953년 7월 27일에 협상을 끝냈다. 중동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헤즈볼라와의 전쟁도 첫 휴전회담이 2023년 11월이후 답보상태로 진행중이다. 이처럼 전쟁은 개전보다 종전·휴전이 더 어려운 것이고, 전쟁의 늪에 빠진 러시아를 돕겠다고 같이 빠진 북한군에게 발생할 희생자에 귀추가 주목된다.
육사 38기 정치학 박사 장순휘
|